#멘션_주신_자캐를_자캐의_시선으로_보는_짤막한_썰을_풀어드림 2탄
항시 열리는 시장, 바자르엔 온갖 명물들이 가득하다. 세상의 끝에서부터 건너건너 온 물품들도 물품이지만 그 물품들을 옮겨오는 사람들에 또 그것들을 사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에 의해 바자르는 북적북적했다. 그러니까,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곳인것이다.
신기한 물품들에 정신을 놓고 구경다니던 둘은 무언가에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웅얼거리며 앞의 사람을 본 순간 둘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똑같이 땅에 앉아 욕설을 쏟아내는 백발의 남자. 알랄차흐. 둘은 순간 반사적으로 쥐어졌던 주먹을 풀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과거가 어찌되었든 초원의 부족과 알랄차흐는 휴전상태였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자리에 있었다면 필시 공격하고 보았을 우젬지테를 오늘은 데리고 오지 않은것을 다행이 여기면서 아직도 욕설을 멈추지 않은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세요. 언제까지 퍼질러 앉아있을 생각이세요?
-저리 치워 암퇘지. 너같은 더러운게 이 몸을 만지도록 놔둘 줄 알아. 나는 신의 내장이란 말이다. 경배를 하라고, 천한것 같으니.
신의 사자. 신의 아들. 신의 철퇴. 신의 눈. 하고많은 수식어중 신의 내장은 또 뭐란 말인가. 신의 똥 제조기인가. 한마디 톡 쏘아주고 싶었지만 말없이 손을 거두고 돌아섰다. 아까까지만 해도 간만의 나들이 기분이 좋았었는데. 눈치가 없는건지, 아니 애초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인지 남자는 또다시 둘의 등에 대고 긁는 소리를 했다.
-뭐야, 도망치는거냐! 암. 그래야지. 미개한 것이 분수를 알아야지.
둘은 바로 오던길로 걸어가 남자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렸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설마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몰랐는지 둘보다 몸집이 크고 나이가 많은 남자는 어어하며 순순히 올라왔다. 진지한 얼굴로 여기저기 묻은 흙까지 털어주고 다시 돌아선 둘은
-악 저 암퇘지가! 깃털범벅인 앞발로 만졌어! 더러워! 옷 다 버렸잖아!
그대로 한바퀴 돌아서 남자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내 이름은 먀그마르둘 이르무운이다 알랄차흐의 신의 똥 제조기야!
뒤로 이어진 난투극은 다행히 어느쪽도 무기를 꺼내지 않은 채 끝났지만 신성한 바자르를 주먹다짐으로 소란스럽게 만든 죄로 두달동안 접근금지를 받고서야 모든 일이 끝났다.
니구울군과는 통성명을 아직 못해서 은근슬쩍 끼워넣긔....
-설원씨.
요 근래 아기고양이를 챙기는 데에 부쩍 재미를 붙인 이방인은 오늘도 성 외곽에서 찾을 수 있었다.
-게인씨.
-아니, 앉아계세요.
다가가는 게인을 보고 일어서려는 설원에게 게인이 손짓하자 설원은 벌써 도망갈 태세를 한 고양이들의 눈치를 보며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고양이들을 놀래킬까 게인은 그런 설원에게서 살짝 떨어진 옆에 자리를 잡고 섰다. 딱히 용무가 있어서 찾았다기보다는 요즘 여러가지 일도 있고 해서 설원이 고양이 밥을 챙겨주러 간 시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에밋의 보호차원겸 찾아오곤 했다. 다행히 설원은 고양이를 보러 온다고 생각했는지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많이들 자랐네요.
-요즘 밥을 잘 먹어서 그런지 쑥쑥 커요.
처음 봤을때는 꽤나 꼬물거리던 움직임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전에 몇번 와본터라 낮이 익어서인지 붙임성 좋은 몇마리는 다가와 게인의 발목에 머리를 부비댄다. 어째 전보다 머릿수가 는 것 같기도 하고.
-맞아요.
하나둘 헤아리자니 지켜보던 설원이 말했다.
-몇마리만 먹이자고 시작했는데 친구들을 데려와서...
에밋들의 나라에서는 캣대디라는 사람이 되었다며 웃는 설원에게 게인은 요즘 근처 쥐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좋은게 좋은것이지 않냐고 따라 웃었다. 그러다 서있는 위치 덕분에 설원의 정수리에 눈이 닿자 보라빛 머리 한가운데 둥그런 원을 그리는 검은색이 보였다.
-설원씨.
-?
-실례되는 말씀인지 모르지만 저... 머리색이.
-아 네. 원래는 흑발이라 요즘 염색을 못했더니 색이 빠지는 중이에요.
설원은 말이 나오자 자기도 안다는듯 머리 꼭대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돌아갈 궁리만 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염색에 신경쓰기도 뭣해서 말이죠.
-염색약이라면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 모셔다 드리죠. 특이한걸 찾으시면 마법가도 괜찮을 수 있어요.
-그런 마법도 파나요?
-그냥 염색약보다야 비싸긴 하지만 점박이나 색이 움직이는 효과 있는것도 있고... 단기간용 염색중 밤하늘을 묘사한것이 있었는데 별이 반짝이는 묘사가 참 잘 되어있던걸로 기억합니다. 유효기간이 끝나갈때 아침 하늘이 밝아오는 효과가 멋졌죠.
설원이 차례차례 돌아가며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 가져온 먹이를 다 나누어줄 때까지 둘은 리벨과 에밋의 염색과 종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