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흐름 :Q
산에 사는 산안애기/산안아이/ 사나나이
산이 보이고 산에 사는 것들도 보이고.
너는 우리가 보이니?
'눈이 있는데 못볼것 뭐 있니.'
눈이 있어도 못보는 사람들 많단다. 많단다. 눈 뜬 장님이지 뭐니. 뭐니.
산의것 산것 산의것이 사네거시
사나나이가 못하는것 사네거시들은 할 수 있고
사나나이가 하는것 사네거시들도 할 수 있지만
사나나이가 하고 사네거시들이 못하는것 단 하나
'아휴 큰일날뻔 했다'
뭐야? 뻔이 뭐야?
'자칫하면 떨어질뻔 했잖아'
뻔이 뭐야? 뭔데?
'손을 놓치면 떨어지잖아'
그러지. 다 떨어지지.
'그런데 놓치지 않았잖아'
놓치지 않은거니까 된거잖아. 왜 뻔이 들어가? 왜?
'그럴수도 있었다는거야'
거런거면 그런거고 아님 아닌거지.
''~'....'
-사람들은 그런다. 아닌걸 말한다. 니들이 어려서 모른다.
사람들은 그래? 아닌것만 말해?
-그런것도 말하고 아닌것도 말한다.
그럼 언제 그런것을 말하는지 알아? 언제 아닌것을 말하는지 알아?
-그런건 모른다. 나도 모른다. 하지만 안다. 사람들이 말하는 아닌것들 중 재미있는것 있다.
아닌건데 재미있나? 왜?
-아닌건줄 알고 듣는거다. 재미있는거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한다.
그렇게 사나나이는 사네거시들한테 옛날 옛날에를 말해주고
사네거시들은 사나나이랑 놀아주고
혼자가 아닌 사나나이
홀로 노는 사나나이
산안에 산다 사나나이
산을 쏘다닌다 사나나이
홀로 노는 사나나이
~아해야 너는 내가 보이니
눈이 있어 봅니다 볼 수 있어 봅니다.
~아해야 너는 왜 네 무리랑 놀지 않고 산과 노느냐
무리가 없어 산과 놉니다. 주위에 사네거시 뿐이라 산과 놉니다. 산에 살아 산과 놉니다. 눈이 있어도 장님인 이들이 나를 따돌려 산과 놉니다.
~아해야 사람과 산은 다르다. 사는법도 먹는것도 다르다. 너무 달라 네가 너를 잃는다. 무리로 돌아가라.
그럼 나도 사네거시 하렵니다. 사람으로 났으나 사네거시랑 자랐습니다. 나도 사네거시 하렵니다.
-아해야 사람은 사람이고 산은 산이다. 산이 되려 너를 잃으면 사람도 산도 아니된다.
그러면 나는 왜 사네거시가 보입니까 왜 사람보다 많은것이 보입니까 사네거시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걸 어찌 아십니까
~아해야 아해야 산을 보는 이가 너뿐인줄 아느냐. 이 긴 세월동안 너만 특별한줄 아느냐. 충고를 해도 듣지 않는것이 너는 역시 사람이구나.
들어도 듣지 않아도 사람이라면 선택의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사람은 사람이고 산은 산이다. 이대로 산 전체를 보게 되면 네가 미친다. 눈이 보여 고집을 부리니 시야를 막으면 되겠구나. 산이 보냈다 하면 사람들도 박히 굴지는 않을것이다.
지금도 내 말이 거짓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어찌 믿겠습니까.
~네 눈을 보이면 눈이 있는 자들은 알것이다. 없는 자들도 감히 해꼬지하지 못할테다. 가거라 아해야. 산이 너를 보낸다.
그래서 눈이 멀었단 말씀입니까.
그렇지.
그래서 산을 포기하셨습니까.
기를 쓰고 돌아가려 하다가 이 꼴이 되었지.
나뭇가지 같은 손으로 다리를 쓸며 그래, 산의 말대로 해꼬지 하는 이는 없더라 낄낄 웃는 사나나이에게선 어느 신비함도 느끼지 못했지만 사나나이가 기능을 잃은 눈을 들어 보이지 않을 나를 향한 순간 휩싸인 묘한 느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