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막 깼을때는 왠지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써놓고 보니 모르겠다:Q...
십몇년전만 해도 전쟁이 완연했던 어떤 세상 A 나라의 외딴 지역. 개발지역이라 어수선한 길을 한 여자가 긴팔 긴바지에 커다란 겉옷을 입고 베개를 끌어안은 채 걸어왔다. 멀리 앞은 떠들썩하다. 유명한 미대의 몇백~천명 규모의 mt? 대학축제? 가 여기서 열린단다. 여자는 거기서 판다는 스케치북이 목적이었다. 습기가 많은 흙길을 추적추적 걷다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쾌활한 웃음을 짓는 남자가 서있다. 여자와 같은 B 나라 출신이다. 이것저것 물어오는 목소리에 여자는 잠자코 베개를 끌어안으며 얼굴을 가린다. 시선도 맞추지 않는다. 남자는 학생회 멤버로 엠티 스태프. 자연스레 엠티에 왔겠거니 어서 오라며 행사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자는 따라간다. 계속계속 질문을 던지는 남자한테 외부인한테도 스케치북을 팔까 고민하던 여자는 겨우 얼굴에서 베개를 떼고 스케치북은 어디서 파는지 묻는다. C나라의 말이다. 약간 영어같은 느낌으로 세계공용어... 좀 교육받았다 싶으면 한두마디정도는 하는. 남자는 여자가 유학파구나 하면서 스케치북 판매 담당 교수님께 데려간다. C나라 출신이다. 교수님은 바빠서. 여자가 스케치북 얼마냐 묻자 어떤크기? 겨우 되묻고 다른 일에 불려가신다. 교수님 시간나실때까지 기다리다 퍼뜩 정신이 들어 역까지 달려갔지만 막차는 떠나고 없다. 엉겁결에 엠티 저녁 이벤트까지 머물게 된 여자는 남자와 타 스텝들에 의해 미대생들이 만든 그래픽이 구름에 투영되어 커다란 3d 스크린이 되는걸 감탄하는 눈으로 쳐다보다... 중간은 기억이 잘 안 나고 다시 역으로 향하는 길이다. 아까 한번 다녀갔을 때도 남자는 여자를 따라왔었다. 그때 부슬부슬 내리던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 있다. 해가 져서 온통 캄캄한 와중 엠티의 북적한 소리보다 밤늦게까지 하는 작업 소리가 더 가깝게 캉캉 울린다.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여자를 끌어안는다. 와닿은 살결이 뜨겁다. 남자는 전쟁 피해자였다. 비를 맞아 열이 오르고 사물 분간이 어려운 와중 캉캉 들려오는 소리가 얼핏 총소리로 들렸나 보다. 오한인지 두려움에서인지 덜덜 떠는 남자를 여자는 겨우 달래 좀 조용한 나무 맡으로 데려갔다. 살아남았다고 생각했을까. 타지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 반가웠을까. 처음 만났을때부터 많은 호감과 관심을 보였던 남자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제어가 되지 않는지 여자에게 입맞추면서 더듬다가 살결대신 거칠한 촉감에 멈칫 한다. 옷 밑으로 만져지는 면적의 반 이상은 살이 아닌 흉터였고. 여자는 몸에 큰 화상이 있었다. 얼마나 큰 화상일지 더 만져봐서 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지 처음 손이 닿은 허리께만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남자는 그대로 필름이 끊겼다. 남자가 다음날 일어났을때 여자는 없었겠지. 거기서 깼음.